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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입법 폭주기관차...늘어나는 사회비용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외치며 출범한 19대 국회가 문 연지 1년하고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 기간동안 국회에 제출된 각종 법률안은 모두 1439개에 달한다. 이 중 정부가 발의한 것은 215건, 나머지 1224개는 국회의원들 스스로 만든 법안이다. 국민 개개인과 기업들의 생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중요한 법안이 하루 평균 3개씩 국회의원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폭주기관차 처럼 쏟아지는 의원입법 상당수가 특정 지역이나 이익 집단의 이해만을 반영한 경우가 많고, 경제 활성화는 커녕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입법 전성시대=19대 국회는 ‘의원입법 전성시대’다. 16대 국회까지만 해도 4년 내내 채 2000건이 못됐던 의원입법 숫자는 17대 6300여 건, 18대 1만2200여 건을 넘는 등 말 그대로 폭증세다. 19대는 아직까지 그 숫자는 직전 국회인 18대보다 못하지만, 법안의 내용과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의원입법의 위상은 정부입법안과 비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6대 국회에서 76.3%였던 전체입법안 대비 의원입법안 비율은 17대 85.3%, 18대 87.8%까지 치솟았다. 19대 역시 그 비율은 85.1%로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의원입법 상당수가 경제 분야에 치중된 것도 특징이다. 대, 중소기업 정책이나 금융 정책, 또는 기업 관련 환경과 노동을 다루는 상임위원회들에서 의원 입법이 특히 활발하다. 최근 소위 프렌차이즈법과 금산분리법을 통과시키며 주목받았던 정무위원회의 경우 19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중 87.5%가 의원 입법이다. 또 여야 모두 노조 출신 의원들을 전진배치하며 경제민주화 경쟁을 펼치고 있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의원입법 비중은 82.1%에 달했다. 기업규제가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와 관련부처간 조율을 거친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개개인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의원 입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숫자는 늘었지만 내용 부실한 의원입법=경쟁하듯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법률체계에 맞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즉 불완전 입법인 셈이다.

입법과정의 ‘민주성’을 강조한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해 관계자, 특히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의 동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법안은 집행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규제학회가 19대 국회 개원이후 발의된 법안들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의원입법이 정당성이 낮은 규제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최근 의원입법의 최종 국회 통과율은 채 10%에도 못미치는 형편이다.

문제는 정부 입법의 경우, 국회 제출 전 각 부처간 조율과 사전영향평가 등의 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걸러지고 있지만, 의원 입법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은 “규제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부패영향평가, 성별영향평가등을 포섭하는 입법평가가 필요하다”며 “심의과정에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의 검토가 이뤄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 의원입법은 때로 행정부나 시민사회와 정면 충돌하기도 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불러온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임금부담 완화를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뺀 채 통과한 정년연장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혼탁해진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갑의 횡포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설익은 규제를 양산해선 안된다”며 국회 차원의 의원입법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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